운동

[운동] 달려라, 긍정의 힘이 살아난다

조코디 2013. 5. 2. 20:40



마음의 만병통치약 ‘달리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운동은 무엇일까? 
최근 몇 년 사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등산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은 달리기다. 
등산이 2위, 헬스가 3위에 올랐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무척이나 많다. 
러닝화와 워킹화 등 국내의 기능화 시장은 2005년 500억 원 규모에서 
2007년 1000억 원에 진입한 뒤 2010년 6000억 원대 규모로 커졌다. 
이후 연간 약 30%씩 성장해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1조3000억 원 가량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몸은 물론 마음에도 좋은 달리기

사람들이 달리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신체적 건강 증진에 있을 것이다. 

달리기는 심폐기능과 근력, 지구력을 키우는 데 가장 효과가 좋은 운동 종목으로 꼽힌다. 
바로 군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운동이 구보이지 않은가.

그런데 달리기에는 또 다른 기능이 있으니, 
바로 정신건강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에 따르면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의 진영수 교수는 
“달리기는 인간의 생각을 지배하는 뇌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안다. 
특히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우울증과 불안감, 불면증 해소에 큰 효과가 있다. 

현대 뇌 과학은 달리기가 어떻게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두뇌를 활성화하는지를 하나하나 증명하는 중이다. 
진 교수에 따르면 달리기를 하면 

첫째, 신경세포(뉴런)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늘어나고 인지능력과 연관된 해마세포가 증가한다. 
즉 신경세포들이 서로 결합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둘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균형 있게 증가한다. 
이 물질들은 학습과 만족감, 즐거움, 집중력 등 사고와 감정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 대응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를 막는다. 
과도한 양의 코르티솔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끊어 뇌의 기능을 저하한다. 

달리기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와 당뇨병, 복부비만 등 만성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나쁜 결과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달리기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형식 씨는 “달리기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렇게 머릿속이 환해지거나 텅 빈 것 같아지는 느낌은 명상에서 말하는 무념무상의 상태와 같다.
이때는 뇌가 잡념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게 된다.


◆‘러너스 하이’가 주는 행복감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은 다른 운동이 아닌, 유독 달리기에서 자주 생긴다. 
그것은 달리기와 명상의 기본 원리가 같기 때문이다. 

독일의 예방의학 전문의 게르트 슈나크 박사는 반복, 즉 계속 되풀이되는 
진동구조가 명상에 들어가는 열쇠라는 점을 밝혀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란 용어가 있다. 

가벼운 마약 중독 상태와 비슷한 이 행복감은 고통에 따른 호르몬 분비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다리의 움직임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오기도 한다.

김 씨는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에도 달리기를 하는데, 
한참을 달리고 나면 어려운 문제가 손쉽게 풀릴 때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달리기의 철학적 기능과 명상 효과 덕이기도 하고, 
더불어 달리는 행위가 그의 뇌를 활성화시킨 덕분이기도 하다.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교수가 쓴 책 ‘운동화 신은 뇌’에는 미국 시카고의 네이퍼빌센트럴 
고등학교 사례가 나온다. 
이 학교는 전교생에게 수업 시작 전 1마일(1.6km) 달리기를 시킨다. 
그렇게 운동을 한 직후인 1, 2교시에 어려운 과목을 배치한다. 

운동 직후에는 혈액 순환이 잘돼 활성화된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한 후에는 그야말로 뇌가 ‘팽팽’ 돌아간다. 

실제로 네이퍼빌센트럴 고등학교 학생들은 달리기를 시작한 후 
전국 최고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기록했다.

◆햇빛을 받으며 달려보자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달리기를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초보자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목표를 잡지 않는 게 좋다. 
너무 힘이 들면 모처럼 내린 결정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 동호인들은 처음부터 화끈한 목표를 잡는 것 보다는 
일단 재미를 들인 후에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햇빛을 받으며 달리면 우울감이나 불면증 해소 등 정신건강 증진에 
매우 도움이 된다.

◆숨찰 정도로 30분 이상 달려야

진영수 교수는 “달리기는 각자의 체력에 맞춰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뛰는 도중에 생기는 잡념을 없애려면 
숨이 다소 차게 뛰라”고 조언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달리기에 익숙한 사람은 심박수를 최대치의 6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30분 이상 달리면 좋다고 말한다. 
물론 심장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처음엔 너무 무리를 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 후 달리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

만약 혼자서 달리는 게 부담된다면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동네 한 바퀴만 같이 돌자”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괜찮다. 
현재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우울증 환자들이 함께 모여 단체로 달리기를 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면서 달리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삶이 고달프고 지쳐 있다면, 특히나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당장 당신이 사는 동네를 한번 달려보면 어떨까.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고 무조건 한번 달려 보자. 
조금만 노력하면 당신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위안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권모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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