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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신도림동 골목길의 마지막 겨울

조코디 2013. 1. 1. 18:02


신도림동 골목길의 마지막 겨울

시민리포터가 담은 ‘겨울풍경’ ②

시민리포터 이은자 | 2012.12.26



[서울톡톡] 눈발이 풀풀 휘날린 날은 고향이 그리워지고,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들의 안부도 궁금해진다. 그래서 추억 속의 거리나 음식들도 떠올리게 된다. 신도림동 골목길은 바로 그런 곳이다.

신도림 뒷동네의 풍경은 과거 공장지대에 새로 들어선 신도림역 주변의 현대감각의 빌딩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들이다. 골목골목 사람 사는 주택가와 방앗간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 공장의 기계 소리, 녹슨 철대문들, 허름한 치킨집, 요즘 보기 힘든 여관들까지...

골목길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얘기 소리로 늘 정겹고 심심하지 않았다. 울퉁불퉁하여 비온 날은 고인 물이 튀고, 눈이라도 내린 날이면 골목 입구부터 꽁꽁 얼어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별 불평 없이 10여 년을 애용해 왔다.

그런데 지난 여름부터 도로확장 공사가 시작돼 얼어붙은 한파 속에서도 포플러 가로수가 뽑혀지고 담쟁이 넝쿨로 뒤덮여 있었던 콘크리트 건물도, 30년 가까이 골목길 맛집이었던 닭도리탕 전문집인 부령닭집과 골목의 명물 묵은 등나무도 사라지게 돼 이젠 아주 을씨년스럽고 쓸쓸하다.

그런 골목길에 얼마전 내린 함박눈은 그래도 고향 같은 향수에 조금은 젖게 해주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흔적도 없이 도시의 옷을 근사하게 입고 있을 이 골목의 마지막 겨울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눈 내린 고향집 고샅길을 걷듯 걸었다.

해가 지기도 전에 차가운 하늘에 벌써 떠있는 초승달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골목이 사라져도 겨울의 낭만과 따뜻한 겨울풍경, 겨울이야기는 이어질 것이다.